돈가스는 한국과 일본에서 사랑받는 대표적인 튀김 요리로, 서양의 커틀릿이 동아시아에 유입되며 변형된 독특한 음식 문화를 보여줍니다. 이 요리의 역사는 19세기 메이지 유신 시기 일본의 서구화 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20세기 중후반 경제 성장기 사회적 변화와 함께 자리잡은 특징이 있습니다.
1.돈가스란 무엇인가?
돈가스는 돼지고기(돈육)를 얇게 썰어 빵가루를 입히고 기름에 튀겨낸 음식으로,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스와 함께 제공되며, 밥, 샐러드, 국물 등과 함께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톤카츠(とんかつ)"라고 불리며, 이는 "톤(돼지고기)"과 "카츠(커틀릿의 약자)"의 합성어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일본식 발음에 가까운 "돈가스"로 부릅니다.
2.돈가스의 기원: 일본 '가츠레츠'의 탄생
돈가스의 직접적인 기원은 19세기 일본 메이지 유신 시기에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이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시기로, 다양한 서양 음식이 일본에 소개되었습니다. 1899년, 도쿄 긴자의 한 레스토랑인 "렌가테이"에서 처음으로 일본식 포크 커틀릿이 등장했습니다. 이 요리는 서양식 커틀릿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이를 "가츠레츠"라고 불렀습니다.
초기의 가츠레츠는 쇠고기를 사용했으나, 이후 돼지고기가 더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지면서 주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의 식문화 특성상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요리는 점차 대중화되었고,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3.돈가스의 뿌리, 유럽의 커틀릿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 일본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육류 소비를 장려하며 서양식 고기 요리를 도입했습니다. 1899년 도쿄 긴자에 개장한 '료고쿠테이'가 최초로 돈카츠(豚カツ)를 메뉴에 올렸으며, 당시 프랑스 요리사가 전수한 비프 커틀릿을 돼지고기로 대체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는 서양의 요리 기법을 일본화하는 '요쇼쿠(洋食)' 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튀김 방식의 혁신
1921년 오사카의 '포크 커틀릿 전문점'이 텐푸라 튀김 방식을 적용하면서 현대적 돈카츠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기존 오븐 구이에서 벗어나 가쓰오부시 육수에 담가 조리하는 방식이 개발되며, 일본인 입맛에 맞는 부드러운 식감을 확립했습니다. 1930년대에는 빵가루 대신 팬코 츠무기(パン粉)를 사용하는 현대적 조리법이 정착되었습니다.
돈가스의 뿌리는 유럽의 "커틀릿(Cutlet)"입니다. 커틀릿은 고기를 얇게 썰어 빵가루를 입히고 튀기거나 구워낸 요리로, 대표적인 예로 오스트리아의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이 있습니다. 비너 슈니첼은 송아지고기를 얇게 저며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혀 버터에 튀긴 요리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입니다.
이러한 유럽의 커틀릿 요리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의 식문화와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음식인 돈가스로 발전했습니다. 일본은 유럽의 요리를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일본인의 입맛과 식습관에 맞게 재해석했습니다.
4.한국으로 전해진 돈가스의 역사
돈가스는 일본을 통해 한국에 전해졌습니다.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의 음식 문화가 한국에 유입되었고, 그중 하나가 돈가스였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일본 음식점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접할 수 있었으나, 1960~70년대를 거치며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식 돈가스를 변형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습니다. 일본식 돈가스가 두껍고 육즙이 많은 반면, 한국식 돈가스는 얇고 넓은 형태로 튀김옷이 바삭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한국 특유의 달콤하고 진한 돈가스 소스와 함께 제공되며, 밥, 김치,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초기 유입기(1950-1970년대)
한국전쟁 이후 주한 미군 부대와 일본 문화의 간접적 영향을 받아 서울 명동과 충무로 일대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1966년 서울 중구 장교동에 개업한 '청진동 돈가스'가 최초의 전문점으로 기록되며, 당시 300원에 판매된 이 요리는 고급 서양 요리로 인식되었습니다.
대중화 시기(1980-2000년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식 산업이 성장하며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이 1980년 3.2kg에서 2000년 15.7kg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시기 김치돈가스, 치즈돈가스 등 한국적 변형 메뉴가 등장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렴한 외식 옵션으로 각광받았습니다.
5.일본식과 한국식 돈가스의 차이점
일본식 돈가스와 한국식 돈가스는 재료와 조리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식 돈가스: 두껍고 육즙이 풍부하며,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이 조화를 이룹니다. 일반적으로 돈가스 전용 소스와 겨자, 양배추 샐러드와 함께 제공됩니다.
한국식 돈가스: 얇고 넓게 펴서 튀기며, 바삭한 식감이 강조됩니다. 달콤하고 진한 소스, 밥, 김치, 국물(주로 된장국이나 미소국)과 함께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나라의 식문화와 입맛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조리법의 진화
2000년대 들어서는 5cm 두께의 '왕돈가스'가 유행했으며, 2010년대에는 고구마, 모차렐라 치즈 등을 곁들인 퓨전 돈가스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트렌드로는 글루텐 프리 빵가루 사용이나 에어프라이어 조리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6.세계 각국의 돈가스 변형 요리들
돈가스와 유사한 요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이탈리아: 코톨레타 밀라네제(Cotoletta alla Milanese)
독일: 슈니첼(Schnitzel)
러시아: 코틀레타(Kotleta)
미국: 포크 찹(Pork Chop) 또는 치킨 프라이드 스테이크(Chicken Fried Steak)
각 나라는 자국의 식문화에 맞게 조리법과 재료를 변형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요리로 발전시켰습니다.
7.돈가스, 단순한 튀김 그 이상의 의미
1990년대 '등심 돈가스'가 소득 수준의 지표로 여겨지던 시절부터, 2020년대 MZ세대 사이에서 '혼밥' 문화와 결합된 1인분 메뉴로 재탄생했습니다. 부산 감천항의 '항구돈가스'나 제주도의 흑돼지 돈가스처럼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사례는 현지화 전략의 성공을 보여줍니다.
이 요리의 진화 과정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가 음식 문화에 미친 영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글로벌화 시대에 지역적 적응이 어떻게 새로운 음식 장르를 창출하는지 설명해줍니다. 앞으로 식재료 유통 기술의 발달과 건강 트렌드가 결합되며, 플랜트베이스드 소재 활용 등 새로운 변신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돈가스는 단순한 튀김 요리가 아닙니다. 이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식습관이 융합된 결과물입니다. 일본의 근대화와 서양 문화의 수용, 한국의 입맛에 맞춘 재해석,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의 다양한 변형은 돈가스가 단순한 음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돈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 그리고 다양한 소스와 곁들임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돈가스를 먹을 때마다 그 유래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층 더 깊은 맛의 여정을 경험해 보세요.